안녕하세요, 세종 바른한의원 대표원장 김대환입니다.
“처음엔 한 알로 됐는데
이제는 그걸 먹어도 잠이 얕아요”
“눕고 삼십 분이 지나도
생각이 멈추질 않아요”
“자다가 몇 번씩 깨고
아침엔 하나도 개운하지 않아요”
수면유도제나 수면제를 오래 드시고 계신 분들께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처음부터 약을 찾으신 것이 아니라, 잠을 못 자는 날이 쌓이다가 어쩔 수 없이 손을 대신 경우입니다.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임의로 끊지 마십시오.
수면제를 스스로 갑자기 중단하면 오히려 잠이 더 어려워지거나 몸이 힘들어질 수 있어, 조절은 반드시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약 한 재로 몇 년치 불면이 정리되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왜 약을 먹는데도 잠이 얕은지, 그리고 같은 불면이라도 사람마다 봐야 할 곳이 어떻게 다른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➊수면유도제와 수면제는 무엇이 다른가요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약국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 수면제는 성분도 작용 방식도 다릅니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점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약국에서 산 거니까
괜찮은 거 아닌가요?”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처방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접근이 쉽다는 뜻이지, 오래 드셔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약이든 정해진 용법과 기간을 넘겨 스스로 늘려 가며 드시는 상황이라면, 그 자체가 한 번은 점검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잠을 재우는 약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며칠째 한숨도 못 주무셔서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분께 약을 쓰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제 진료 방침이 아닙니다.
다만 그 약이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언제까지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있어야 합니다.
잠들게 하는 일과
잠이 필요 없어지게 만드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➋약을 먹는데도 왜 개운하지 않을까요
잠드는 것과 깊이 자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눕자마자 잠들어도 밤새 여러 번 깨고 아침에 무겁다면, 잠의 길이가 아니라 잠의 질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율신경이 크게 관여합니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과 호흡, 소화, 체온, 수면을 조절하는 신경이고, 긴장할 때 몸을 깨우는 교감신경과 쉴 때 몸을 가라앉히는 부교감신경이 번갈아 일하며 균형을 맞춥니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몸은 쉬어야 할 때 긴장하고, 움직여야 할 때 처지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불면만 따로 오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두근거림, 어지럼, 두통, 소화장애, 손발 냉감, 이유 없는 땀, 만성적인 피로가 잠 문제와 함께 겹쳐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몸이 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약으로 스위치만 내리면,
잠은 오되 얕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 시에 주무시는지만 여쭙지 않습니다.
소화는 어떤지, 배변은 어떤지, 낮에 얼마나 지치는지를 함께 여쭙습니다.
잠 하나만 물어서는 지금 몸이 어디서 흐트러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잠들게 하는 일과 잠이 필요 없어지게 만드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➌같은 불면인데 왜 접근이 반대일 수 있나요
같은 “잠이 안 온다”는 말씀이라도 몸 안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대목을 특히 길게 설명드리는 이유는, 원인이 다른데 같은 수면 보조 처방을 받고 계신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에 따라 원인이 갈린다고 봅니다.
소양인은 열이 위로 뜨고 열정이 많은 편인데, 그 열정을 풀지 못하면 화(火)로 뭉치고 잠까지 뺏깁니다.
이때는 잠을 재우는 쪽이 아니라 뭉친 화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반대로 음인은 원천적으로 처지는 쪽이라 접근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기력과 혈의 상태에 따라서도 갈립니다.
혈이 부족한 경우에는 어지럽고 얼굴색이 창백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밤에 깊이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순환이 정체된 경우에는 몸이 무겁고 답답하며 가슴이 막힌 듯한 느낌과 함께 잠이 얕아집니다.
기운이 없는 몸에 순환약을 쓰면 더 지치고,
열이 뭉친 몸에 보약을 쓰면
더 답답합니다.
한의원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진맥입니다.
맥의 강약과 빠르기, 깊이를 통해 사상체질을 감별하고 지금의 기력과 순환 상태를 함께 읽습니다.
여기에 자율신경계 검사로 긴장과 이완의 균형을, 적외선 체열 진단으로 열과 혈류가 어느 쪽으로 몰려 있는지를 확인해 짐작이 아닌 상태를 근거로 방향을 정합니다.
치료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하기보다, 지금 가장 힘든 부분을 먼저 가라앉힌 뒤 체질에 맞는 한약으로 떨어진 기능을 하나씩 회복시키는 순서로 갑니다.
복용 중인 양약이 있다면 임의로 끊지 마시고 알려주시면 함께 조율합니다.
효과와 회복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➍어떤 신호일 때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나요
잠자는 동안 코골이가 심하고, 옆에서 보기에 숨이 멎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신 적이 있다면 수면다원검사 등 의과적 진료를 먼저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잠의 구조 자체가 끊기고 있는 상태라면, 재우는 방향의 접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울감이 함께 깊어지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먼저 받으시길 권합니다.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편감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경우, 낮에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지는 경우도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피로가 유독 심하다면 간 기능과 갑상선 기능을 혈액검사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고, 체중이 짧은 기간에 크게 줄었거나 가슴 통증이 함께 있다면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하므로 의과적 검사가 먼저입니다.
불면 탓으로 넘기면
안 되는 신호가
분명히 있습니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고 확인된 뒤라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필요한 회복입니다.
잠드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을 일정하게 지키고, 늦은 시간의 카페인과 과음, 야식을 줄이며, 컨디션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벼운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면 표정이 어두워지시는 분이 많습니다.
대단한 방법을 기대하고 오셨는데 결국 일찍 눕고, 덜 마시고, 움직이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좋아지고 있는지는 잠드는 시간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원래 호소하시던 증상의 빈도와 강도, 맥, 먹는 것과 소화·배변, 그리고 수면과 낮 동안의 피로감이 함께 달라지는지를 보고 판단합니다.
- ✓수면유도제나 수면제 없이는 잠들기 어려운 날이 이어진다
- ✓처음보다 먹는 양이 늘었거나 먹어도 예전만큼 듣지 않는다
- ✓눕고 삼십 분이 지나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 ✓자다가 자주 깨고 아침에 개운하지 않다
- ✓두근거림·소화불량·두통 같은 증상이 잠 문제와 함께 온다
- ✓코골이가 심하다거나 자다 숨이 멎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증상과 회복은 개인마다 다르며, 정확한 진단은 내원 후 진맥과 검사로 확인합니다.
복용 중인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는 임의로 중단하거나 양을 조절하지 마시고,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 조율하시기 바랍니다. 코골이가 심하고 자다 숨이 멎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셨거나, 우울감이 깊어지고 낮에 갑자기 잠에 빠지는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 의과적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꼭 저희 한의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만 어디를 가시든 지금 내 불면이 열이 뭉친 쪽인지 기력이 떨어진 쪽인지 무엇을 보고 판단했는지와 무엇이 달라지면 좋아지는 것으로 볼 것인지, 이 두 가지는 꼭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답을 듣지 못한 채 시작하면, 약의 이름만 바뀐 채 또 한 해를 같은 자리에서 보내게 됩니다.
약이 있어야 겨우 잠드는 날이 길어졌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임상 24년, 한방소아과·성장클리닉 19년. 사상체질맥진학회 교육위원. 세종 바른한의원에서 사상체질 한약, 성장·성조숙증, 소아 면역·비염, 만성질환을 진료합니다.
원장 이야기 →바른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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