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어지럽고, 속은 늘 더부룩하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내과와 신경과를 돌며 검사를 받아 봐도 큰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일이 반복됩니다. 처방받은 약으로 며칠 편해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오늘은 자율신경실조증이라 불리는 이 상태가 왜 반복되는지, 어떤 신호일 때 검사가 먼저인지, 그리고 한의원에서는 이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다루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➊자율신경실조증은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과 호흡, 소화, 체온, 수면을 조절하는 신경입니다. 긴장할 때 몸을 깨우는 교감신경과 쉴 때 몸을 가라앉히는 부교감신경이 번갈아 일하며 균형을 맞춥니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몸은 쉬어야 할 때 긴장하고, 움직여야 할 때 처지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증상이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두근거림과 어지럼, 두통, 소화장애, 손발 냉감, 이유 없는 땀, 불면과 만성적인 피로가 한꺼번에 겹쳐 나타나곤 합니다. 소화가 안 돼서 내과, 두통 때문에 신경과, 근육통 때문에 정형외과처럼 증상마다 과를 나누어 다니면 약은 늘어나는데 몸 전체의 상태에 대한 설명은 듣기 어렵습니다.
➋검사는 정상인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건강검진은 몸의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 나빠져 수치로 드러날 때 이상을 잡아냅니다. 아직 그 정도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면 검사상으로는 정상으로 나오지만, 기능 저하는 이미 시작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검사에 잡히지 않는 것과 아무 일도 없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검사에선 이상 없다는데, 저는 계속 힘듭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제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저 역시 원인을 알기 어려운 증상으로 오래 고생하다가 체질 한약으로 회복했고, 그 경험으로 이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결과지 한 장으로 설명되지 않는 괴로움이 얼마나 답답한지 압니다. 이런 분들께 필요한 것은 증상을 하나씩 끄는 일이 아니라, 지금 몸의 어느 기능이 어떻게 흐트러져 있는지를 한 번에 놓고 보는 진단입니다.
“검사에 잡히지 않는 것과 아무 일도 없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➌한의원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나요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진맥입니다. 맥의 강약과 빠르기, 깊이를 통해 사상체질을 감별하고 지금의 기력과 순환 상태를 함께 읽습니다. 여기에 자율신경계 검사로 긴장과 이완의 균형을, 적외선 체열 진단으로 열과 혈류가 어느 쪽으로 몰려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나 초음파를 더해 짐작이 아닌 상태를 근거로 방향을 정합니다.
치료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하기보다, 지금 가장 힘든 증상을 먼저 가라앉힌 뒤 체질에 맞는 한약으로 떨어진 기능을 하나씩 회복시키는 순서로 갑니다. 기력이 소진된 유형과 열이 위로 몰린 유형은 처방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진단명으로 오셔도 받는 처방은 달라집니다. 복용 중인 양약이 있다면 임의로 끊지 마시고 알려주시면 함께 조율합니다. 효과와 회복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➍어떤 신호일 때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나요
피로가 유독 심하다면 간 기능과 갑상선 기능을 혈액검사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의식을 잃거나 잃을 뻔한 경우, 가슴 통증이 함께 있는 경우, 체중이 짧은 기간에 크게 줄어드는 경우라면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하므로 의과적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순서를 지키는 것이 결국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고 확인된 뒤라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필요한 회복입니다. 잠드는 시각을 일정하게 지키고, 늦은 시간의 카페인과 과음, 야식을 줄이며, 컨디션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벼운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좋아지고 있는지는 원래 호소하시던 증상의 빈도와 강도뿐 아니라 소화와 배변, 수면과 피로감이 함께 달라지는지를 보고 판단합니다. 이 부분이 먼저 풀리기 시작하면 나머지 증상도 뒤따라 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이 이유 없이 반복된다
- ✓여러 번 검사를 받았지만 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 ✓소화·수면·체온 조절이 한꺼번에 흐트러져 있다
- ✓증상마다 다른 과를 다니며 약만 늘고 있다
-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컨디션 기복이 크다
증상과 회복은 개인마다 다르며, 정확한 진단은 내원 후 진맥과 검사로 확인합니다. 복용 중인 양약은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힘이 빠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신호가 있다면 의과적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검사 결과지로 설명되지 않는 날들이 길어졌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임상 24년, 한방소아과·성장클리닉 19년. 사상체질맥진학회 교육위원. 세종 바른한의원에서 사상체질 한약, 성장·성조숙증, 소아 면역·비염, 만성질환을 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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