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만 하면 정상이라는데, 몸은 매일 아프다고 말합니다. 물리치료를 반년 넘게 받아도 그때뿐이라는 분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만납니다.
엑스레이와 혈액검사에 이상이 없어도 통증이 계속되는 이유, 그리고 한의원이 이런 통증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솔직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➊정상 판정 뒤에 남는 통증
병원의 영상 검사는 뼈가 부러지거나 조직이 파괴된 구조적 손상을 찾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조가 멀쩡하면 대개 신경성이나 스트레스라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한의학은 눈에 보이는 구조가 아니라 몸속을 흐르는 기능을 함께 봅니다.
근육은 시루떡처럼 여러 겹으로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겉 근육이 풀렸어도 속 근육이 여전히 뭉쳐 있으면 통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겉옷을 아무리 다려도 안에 구겨진 속옷은 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형외과와 내과를 여러 곳 돌고도 답을 얻지 못한 분일수록, 기혈 순환의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➋원인을 눈으로 확인하기
통증의 원인을 짐작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먼저 맥진으로 기혈의 흐름을 살핍니다. 맥이 약하고 가늘면 몸이 스스로 회복할 힘이 부족한 기허 상태가 배경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이때는 통증이 유난히 오래 이어집니다.
여기에 체열 검사를 더합니다. 적외선 카메라로 전신의 체온 분포를 촬영하면 어느 부위에 염증이 몰려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곤해 보인다'는 인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로 통증의 자리를 짚습니다. 같은 허리통증이라도 원인은 어혈, 기허, 담음으로 나뉘고, 원인이 다르면 치료 방향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아프다지만, 몸 안의 이유가 다르면 치료도 달라집니다.”
➌같은 통증, 다른 처방
같은 어깨 통증으로 오신 두 분이 전혀 다른 처방을 받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한 분은 혈류가 막혀 생긴 어혈형이었고, 다른 한 분은 기력이 소진된 기허형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어깨가 아프다지만 몸 안의 이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진단 없이 같은 치료만 반복하면 효과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합니다.
치료는 두 축으로 움직입니다. 하나는 통증 자체를 줄이는 일입니다. 침은 경혈을 자극해 자율신경과 기혈 흐름을 함께 조절하고, 약침은 한약 성분을 염증 부위에 직접 넣어 조직 재생을 돕습니다. 깊은 속 근육의 문제일수록 약침이 유효한 경우가 많습니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정렬을 바로잡아 신경 압박을 다룹니다.
다른 하나는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 기허 상태가 이어지면, 침 치료 후 좋아졌다가도 며칠 지나 다시 아파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체질에 맞는 기혈 보강 한약을 함께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체질과 증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➍한의원을 고르는 기준
그렇다면 어떤 한의원을 골라야 할까요. 저는 세 가지 기준을 권해 드립니다. 먼저 통증의 원인을 체열 검사나 초음파 같은 객관적인 방법으로 직접 보여 주는 곳인지 살펴보세요.
다음으로 진맥과 문진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곳인지 확인하세요. 5분 만에 처방이 뚝딱 나오는 곳보다 체질에 맞는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침이나 추나 하나에만 기대지 않고 구조와 기능을 함께 다루는지 보시길 바랍니다.
- ✓체열 검사나 초음파로 통증 원인을 직접 확인시켜 주는가
- ✓진맥과 문진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가
- ✓침·추나 하나가 아니라 구조와 기능을 통합적으로 다루는가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말이 통증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년 넘게 같은 자리가 반복해서 아프다면, 구조만이 아니라 기혈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때입니다. 혼자 참아 오셨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임상 23년, 한방소아과·성장클리닉 19년. 사상체질맥진학회 교육위원. 세종 바른한의원에서 사상체질 한약, 성장·성조숙증, 소아 면역·비염, 만성질환을 진료합니다.
원장 이야기 →



